치료되었다고 생각했던 이명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온통 겁이 나고 눈앞이 캄캄합니다. 이몀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상상하지 못합니다. 이명을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 그런데 이 고통이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줍니다. ‘이 질병의 원인은 분명히 욕심에서 비롯된 거다’라고.
이명에 대한 공포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저의 귀에서는 ‘삐~~’하는 금속 울림소리가 그치지 않고 울리고 있습니다. 지금 시간은 새벽 12시 15분. 온 세상이 점점 적막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에 저는 헤어날 수 없는 소음의 바다속을 헤엄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소음의 고통은 삶을 다하는 날까지 나를 괴롭힐지도 모릅니다. 아니 분명 그럴 것 같습니다. 분명한 원인을 진단하고 거기에 맞게 처방할 수 없는 질병, 누구나 결국 포기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질병. 그것이 이명이라고 정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다니던 이비인후과에 내원했습니다. 차임 9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대기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접수 후 밖에서 서성이며 빈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아마 2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할 듯합니다.
그렇게 각오하고 온 터라 오전에만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면 하고 마냥 기다릴 심산입니다. 이곳에 오면 그게 마음이 편한 방식입니다.
오늘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간단합니다. ‘신경이 약해져서 이명이 온 것’ 이라고. 청력 검사를 합니다. 청력 결과는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합니다. 그 말이 들으니 더 걱정입니다. 청력이 더 좋아졌는데 이명이라면 원인을 찾기기 더 힘들지 않을까. 하고
처음 이 이비인후과는 소개로 왔습니다.
그때는 앉자마자 바이러스가 귓속을 파먹은 사진을 찍어 눈앞에 보여줍니다.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의 희망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오늘은 그런 증상도 없습니다. 은근히 눈앞에 보이는 증상을 말씀해 주시기를 기대했는데.. 오늘은 완전히 나의 기대를 벗어나고 말았습니다.
청력검사 전에 ‘신경을 키워봅시다’라고 말씀하시더니 결국 약만 2주일 처방해주고 맙니다. 2주 후 다시 오라고 말씀하시면서. 예전에는 주사에, 귀에 방울로 떨어뜨리는 넣은 약에.. 그리고 2주 먹는 약에.. 예전에 비해 너무 간단한 처방에 맥에 빠지고 맙니다.
그대로 의사 선생님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역시나 기다리는 환자 손님으로 가득한 1층 약국에서 마음을 다잡으며 약을 기다립니다.
약 봉지를 받아들고 살펴보니 처방은 간단합니다. 혈액순환제, 신경안정제, 그리고 위장약. 그런데 위장약이 2종류나 됩니다. 내과에 온게 아닌데.
집에 돌아오는 내내 여러 생각이 앞섭니다. 아~, 이제 영영 이명속에서 살아야 하나. 처방약을 보고 나서 실망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 약으로 어떻게 이명이 나을 수 있을까. 혈액 순환제가 얼마나 귀 울림을 완화할 있을까.
이제 그렇게 믿었던 의사 선생님에 대한 입장을 그려보니다. 의사 선생님도 어쩔 수 없으실테지. 이명이 특별한 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포기하고 참고 살라고.. 말씀 하실수는 없겠지. 그래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런데 왜 갑자기 또 나에게 이명이 온거지. 다 나았는데. 이번 이명은 예전과 달라. 느낌이 와. 치료가 어려울 것 같다.
어떻게 해야하지. 답답한 마음에 집에 바로 가는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한바퀴 동네를 돌고 나서 갈곳 없이 서성입니다. 자주 가던 산기슭으로 차를 향합니다. 가만히 차안에 앉아 있으니 이명 소리는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조용한 산속에 이명 소리는 더욱 정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명만 아니면 차속에서 한 숨 자고 가고 싶습니다. 답답할 땐 찾아와 가끔 그렇게 하던 장소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조용히 다시 오던 길로. 집으로 차를 몰아 내려갑니다.
집에 도착해 가만히 생각합니다. 버릇처럼 씻으면서 생각합니다. 아~ 내가 욕심이 지나치구나.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구나. 욕심을 버렸다고, 버려야 한다고 입버릇 처럼 내 자신에게 주변에 말하고 다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 여전히 나의 욕심이 지나치구나. 불현듯 온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왜 이명이 나에게 또 찾아왔을까?
이명이 나에게 일부러 찾아 온게 아닙니다. 언제든 올 수 있으니까 온것이죠. 그냥 부정하려 해도 이것은 사실입니다. 내가 이명을 일부러 초대하지는 않았지만 올 만하니까 온 것입니다.
이명은 누구에게나 똑 같은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귀의 신경이 손상되었거나 혈액순환이 잘 안되거나 여러 만성질환이 있을 때 발생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스트레스가 심하면 생기기도 한다니 원인을 쉽게 찾기는 무척 어려운 일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 고통스러운 이명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너무 좋으련만. 그건 마음대로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서 저는 다음과 같은 나름을 깨달음을 가져봅니다.
이명은 나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모든 질병의 근원은 욕심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모든 질병의 근원은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살다가 가지는 사소한 욕심부터 과한 욕심까지 모든 욕심은 만병의 근원입니다.
욕심은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것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매일 부지런히 사는 것은 욕심이 아닙니다. 그런데 욕심은 넘치고 무리한 삶을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마치 하루 아침에 복권으로 때부자가 되려고 애쓰는 것처럼요.
감기나 독감도 결국 몸과 마음을 혹사해서 바이러스에게 침투할 기회를 줍니다. 고혈압도 마찬가지 입니다. 매일 짜고 맵고 단 음식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꿀통에서 꿀을 빨다 그대로 붙어버린 나비처럼 지나친 자극에 노예가 되어 있습니다.
비만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부터 비만인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몸무게가 조금 더 나갔을 뿐이죠. 입에 닿는다고 자제없이 먹다보니 어느새 비만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비만은 아니지만 어떠한 먹거리 유혹에서 자유로운 적은 없습니다. 피하려고 하지만 결국 손부터 가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후회하지만 어느덧 다시 달콤하고 자극적인 육류에 빠져 있습니다.
남을 탓할 일은 없습니다. 내 자신이 그러합니다. 항상 욕심이 지나칩니다.
음식만 그러한가요? 아닙니다. 생활은 온통 욕심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지나치게 완벽하려 하고 모든 걸 다 가지려 합니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를 모릅니다. 욕심이 지나칩니다. 그러면서 노력하는 과정은 형편없이 허구적입니다. 항상 계획은 그럴싸 합니다.
그러니 몸과 마음은 더욱 고통스러워 합니다. 결과와 과정의 갭이 너무 큽니다. 이것은 욕심이고 함정입니다. 분명히 욕심은 만병의 근원입니다.
욕심은 끝이 없다
살다 보니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항상 내려놔야 한다고 하면서 다시 움켜잡으려 합니다. 있어도 더 가지려 합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봅니다. 인간이라고 다 그렇지 않을텐데. 욕심이 결국 모든 화를 부릅니다.
건강해지려고 하면서 욕심 때문에 오히려 건강을 잃고 맙니다. 부자가 되려고 하면서 욕심 때문에 오히려 가난해지고 맙니다.
교육에 대한 욕심, 자녀에 대한 욕심, 자랑하고 싶은 욕심, 남보다 훨씬 뛰어나야 한다고 다잡는 욕심. 그리고 그 욕심을 부추기는 욕심. 그저 적당하고 평범할 줄을 모릅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적당히 지속하면 오히려 뛰어날 수 있는데 욕심 때문에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포기하고 맙니다.
질병을 가져온 것이 욕심이라면 치료하는 것도 욕심입니다. 욕심이 원인이라면 그 욕심을 제거하는 것은 치료입니다.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이명,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수많은 질병들. 벗어날 수 없다면 함께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욕심을 버려야 가능합니다.
이제 이명을 받아들이자
이명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하루만에 말끔히 해결하려고 합니다. 병원에 가면 뚝딱하고 해결해 줄거라 믿고 있습니다. 만병통치 처방을 해주지 않으니 불안해합니다. 그리고 좌절합니다.
이명은 하루만에 갑자기 찾아온 질병이 아닙니다. 그러나 하루만에 갑자기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그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명을 초대한 사람은 저 입니다. 그런데 오자마자 떠나라고 합니다. 누가 떠나고 싶겠습니까.
이제 이명과 평생 함께 살아야 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힘들고 불편하다고 발버둥치며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들어주는 사람은 그저 안타깝다고 잠시 생각할 뿐입니다. 직접 그 고통을 겪어보지 않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마니까요.
이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욕심을 내려놓은 것입니다. 이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이명에 대한 치료는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명으로 고생하다 완치된 사람의 퍼센티지는 30%를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10%도 안되는 완치을을 보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질병에는 원인이 있고 따라서 치료방법도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명은 조금 다른 듯 합니다. 주관적인 부분이 많이 관여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겪는 과정이 무척 고통스럽게 때문에 정상적인 일상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저의 경우도 당장 이명이 제 삶을 송두리째 지배함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만큼 저의 경우는 평소 소음에 대해 민감합니다. 그런데 이명이라니, 정말 힘든 상황입니다. 당장 생계유지를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도 원인이 있는 질병입니다. 복잡한 원인이든 단순한 원인이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원인이 있으면 치료방법도 이겠죠. 모든 질병이 드렇듯이 말입니다.
일단 당장 어떻게 치료될것이다는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조급함을 버리고 무언가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니는 병원은 꾸준히 다녀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마음의 욕심부터 내려놓고 정리해야 하겠습니다. 생활 습관과 생각도 더 단순하게 바라보고 일상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과감히 내려놓고 하루 하루 식단부터 일상을 바꾸어 나간다면 다시 언젠가는 예전처엄 고요의 세상이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욕심을 내려놓기. 이명으로 고통받고 있는 저에게는 당장에 이것이 제일 중요한 실천과제이자 이명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는 희망입니다.